그리스도
Meaning and description
성경에서 '그리스도'는 하나님께서 세우신 기름 부음 받은 자, 곧 구약에 약속된 메시야를 뜻한다. 헬라어 Χριστός(Christos, 크리스토스/그리스도)는 ‘기름 붓다’라는 동사 χρίω(chriō, 크리오)에서 유래된 말로, 히브리어 מָשִׁיחַ(māšîaḥ, 마시아흐/마쉬아흐/메시아/메시야)를 번역한 표현이다. 요한복음 1장 41절 역시 "우리가 메시야를 만났다 하니 (메시야는 번역하면 그리스도라)"라며 두 단어가 같은 의미임을 설명한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는 예수님의 성과 이름을 함께 부르는 호칭이 아니라, "예수가 바로 하나님이 구약에서 약속하신 그 메시아이시다!"라는 교회의 신앙 고백을 담고 있다. 신약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스도'가 예수님을 가리키는 고유한 칭호처럼 사용되기도 하지만, 본래 의미는 '기름 부음 받은 자'이다.
구약 성경의 대표적인 예로, 시편 2장 2절은 세상의 권세들이 "여호와와 그의 기름 부음 받은 자"를 대적하려 하나 결코 이기지 못할 것임을 말한다. 이때 ‘기름 부음 받은 자’를 뜻하는 단어가 바로 히브리어 מָשִׁיחַ(māšîaḥ, 메시아)이다.
다니엘 9장 25-26절에도 '기름 부음을 받은 자'가 언급된다. 본문에서 그는 “기름 부음을 받은 자 곧 왕”으로 제시되지만, 이어서 “끊어져 없어질” 인물로 묘사된다. 이는 장차 있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을 예언한 것이다. 따라서 이 말씀은 메시아의 사명이 단순히 왕권과 영광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고난과 죽음을 통해 자기 백성을 구원하는 구속사의 청사진을 보여준다.
시편에는 다윗 왕권과 관련하여 '기름 부음 받은 자'라는 표현이 반복된다. 시편 18장 50절, 20장 6절, 28장 8절, 84장 9절, 89장 38절과 51절, 132장 10절과 17절은 모두 여호와께서 세우신 왕, 곧 그의 기름 부음 받은 자를 말한다. 이 구절들은 일차적으로 다윗 왕과 그의 왕조를 배경으로 하지만, 이후 다윗의 자손으로 오실 메시아를 기대함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러한 표현들은 신약 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다윗의 자손이자 약속된 메시아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구약적 배경이 된다.
구약에서 기름 부음은 하나님께서 특정 인물을 거룩한 직분으로 구별하여 세우시는 표지였다. 제사장의 경우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기름 부음을 받아 제사장 직분에 위임되었고(출애굽기 29:7; 30:30; 40:13-15; 레위기 8:12; 민수기 3:3), 왕의 경우 사울과 다윗과 솔로몬이 기름 부음을 받아 이스라엘의 통치자로 세워졌다(사무엘상 10:1; 16:13; 열왕기상 1:39). 선지자의 경우 엘리사를 선지자로 세우기 위해 기름을 부으라는 명령이 주어졌다(열왕기상 19:16). 이처럼 기름 부음은 제사장과 왕의 위임식에서 나타나며, 선지자의 경우에도 하나님께서 사명을 맡기시는 표지로 언급된다.
이러한 구약적 배경 속에서 ‘그리스도’는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위해 기름 부어 세우실 약속된 왕, 약속된 제사장, 약속된 선지자라는 이 세 가지 직분을 모두 지니고 계신 참된 구원자를 가리키는 칭호로 이해된다. 따라서 '그리스도'는 신약에서 갑자기 생긴 칭호가 아니라, 구약의 '메시아' 곧 '기름 부음 받은 자'에 뿌리를 둔 표현이다.
복음서에서 '그리스도'는 예수께서 약속된 메시아이심을 드러내는 칭호로 사용된다. 마태복음은 처음부터 예수를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라고 소개한다(마태복음 1:1). 이는 예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약속과 다윗 왕조에 주신 약속을 잇는 분임을 보여 준다.
마태복음 1장 16절과 17절도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부르며, 이스라엘의 장구한 역사적 계보가 예수 그리스도로 수렴됨을 보여준다. 마태복음 2장 4절에서 헤롯이 “그리스도가 어디서 나겠느냐?”고 묻는 장면은 당시 유대인들이 약속된 메시아의 출생을 기대하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베드로의 고백은 복음서에서 '그리스도'의 의미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베드로는 예수께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라고 고백한다(마태복음 16:16). 마가복음 8장 29절과 누가복음 9장 20절도 같은 고백을 전한다. 여기서 “그리스도”는 단순한 선생이나 선지자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보내신 메시아이신 예수를 가리킨다.
예수께서는 그리스도가 단지 다윗의 자손일 뿐 아니라 다윗이 '주(Lord)'라고 부른 분임을 가르치셨다(마태복음 22:42-45, 마가복음 12:35-37, 누가복음 20:41-44). 이는 그리스도께서 다윗의 계보에서 태어나실 약속된 왕이시면서도, 육신의 혈통을 초월하여 다윗보다 먼저 존재하셨던 신적 주권자이심을 보여 준다.
복음서에서 그리스도는 고난과 죽음, 부활을 통해 자기 사명을 이루시는 분이다. 예수께서는 자신이 그리스도이심을 드러내신 뒤, 예루살렘에서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며 제삼일에 살아나야 할 것을 말씀하셨다(마태복음 16:21). 누가복음 24장 26절과 46절도 그리스도가 고난을 받고 영광에 들어가며,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날 것이 성경의 뜻이라고 설명한다.
요한복음은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믿는 것이 생명에 이르는 믿음의 핵심임을 강조한다. 사마리아 여인은 메시아 곧 그리스도라 하는 이가 오실 줄 안다고 말했고(요한복음 4:25), 마르다는 예수께 “주는 그리스도시요 세상에 오시는 하나님의 아들이신 줄 내가 믿나이다”라고 고백했다(요한복음 11:27). 요한복음 20장 31절은 이 복음서의 기록 목적이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는 데 있다고 밝힌다.
사도행전에서 ‘그리스도’는 초대교회가 선포한 복음의 핵심이다. 베드로는 오순절 설교에서 하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다고 선포한다(사도행전 2:36). 이는 예수께서 본래 메시아가 아니었다가 나중에 새로 메시아가 되셨다는 뜻이 아니라, 십자가와 부활, 그리고 하늘로 올라가심을 통해 예수께서 참으로 주와 그리스도이심을 하나님께서 온 세상에 드러내고 증명하셨다는 뜻이다.
사도들은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병자를 고치며,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그치지 않고 증언했다(사도행전 2:38, 3:6, 4:10, 5:42). 사도행전 17장 3절에 따르면, 바울은 “그리스도가 해를 받고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야 할 것”을 성경으로 풀어 설명하며 “내가 너희에게 전하는 이 예수가 곧 그리스도라”고 선포했다. 이처럼 사도행전에서 그리스도는 고난받고 부활하신 예수 본인이며, 온 세상에 전파되어야 할 복음의 핵심 주제이다.
서신서에서 '그리스도'는 성도의 구원과 삶의 중심으로 나타난다.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죄 사함, 의롭다 하심, 하나님과의 화평, 영생이 주어진다고 말한다(로마서 3:22-24, 5:1, 6:23). 로마서 8장 1절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다”고 선언한다. 여기서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말은 성도가 믿음으로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그의 죽음과 부활에 참여한다는 뜻이다.
고린도전서 1장 23절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한다고 말하고, 고린도전서 15장 3-4절은 그리스도께서 성경대로 우리 죄를 위하여 죽으시고 다시 살아나셨다고 전한다. 그리스도의 부활이 없으면 믿음도 헛되지만, 그리스도께서 실제로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셨기 때문에 성도에게 부활의 소망이 있다(고린도전서 15:14-20).
고린도전서 3장 11절은 다른 터를 닦을 수 없으며, 그 터는 예수 그리스도라고 말한다. 에베소서 2장 20절은 그리스도 예수께서 친히 모퉁잇돌이 되셨다고 말하고, 에베소서 5장 23절은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이시며 몸의 구주라고 말한다. 성도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으로 세워진다(로마서 12:5, 고린도전서 12:27).
또한 그리스도는 성도의 삶의 기준이시다. 성도는 그리스도로 옷 입고(로마서 13:14),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으며(빌립보서 2:5),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해야 한다(갈라디아서 6:2). 이는 성도가 자기중심적 삶을 버리고, 그리스도의 사랑과 겸손과 순종을 따라 살아가야 함을 뜻한다.
히브리서는 그리스도를 참 대제사장으로 설명한다. 그리스도께서는 손으로 만든 성소가 아니라 하늘 성소에 들어가셨고, 자기 몸을 단번에 드리심으로 죄를 담당하셨다(히브리서 9:11-14, 9:24-28, 10:10-12). 따라서 그리스도는 구약 제사의 실체이시며, 하나님께 나아가는 새롭고 완전한 길을 여신 분이다.
요한서신에서 그리스도에 대한 고백은 참된 믿음을 분별하는 기준이 된다. 요한일서 2장 22절은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부인하는 자를 적그리스도라고 말하고, 요한일서 5장 1절은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믿는 자마다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라고 말한다. 또한 요한일서 4장 2절과 요한이서 1장 7절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체로 오신 것을 시인하는 것이 참된 신앙의 중요한 기준임을 밝힌다.
요한계시록에서 그리스도는 충성된 증인, 죽은 자들 가운데 먼저 나신 이, 땅의 임금들의 머리로 나타난다(요한계시록 1:5). 또한 세상 나라가 “우리 주와 그의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며, 그리스도는 자기 백성과 함께 왕 노릇하신다(요한계시록 11:15, 20:4-6). 이는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와 부활로 구원을 이루셨을 뿐 아니라, 마지막에 완전한 왕권으로 다스리실 분임을 보여 준다.
성경에서 ‘그리스도’는 하나님께서 세우신 기름 부음 받은 자, 곧 약속된 메시아를 뜻한다. 예수는 아브라함과 다윗의 약속을 성취하신 그리스도이시며,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고난받고 죽으시며 부활하신 구원자이시다. 복음서와 사도행전은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선포하고, 서신서는 성도가 그리스도 안에서 죄 사함과 의롭다 하심과 새 생명을 얻는다고 가르친다. 요한계시록은 그리스도께서 마지막까지 왕으로 다스리실 분임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라는 고백은 예수께서 하나님이 약속하신 메시아이며 주님이심을 믿는 신앙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