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짐
Meaning and description
성경에서 ‘흩어짐’은 한곳에 모여 있던 사람이나 무리가 여러 곳으로 갈라져 퍼지는 것을 뜻한다. 구약에서는 주로 하나님을 거역한 결과로 받는 심판으로 나타나지만 흩어진 백성을 다시 모으신다는 약속과 짝을 이루며, 신약에서는 흩어진 신자들을 통해 복음이 퍼져 나가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구약에서 ‘흩다, 흩어지다’는 주로 히브리어 פּוּץ(pûṣ, 푸츠)로 표현되며, ‘키질하여 흩다’라는 뜻의 זָרָה(zārāh, 자라)도 쓰인다. 바벨에서 사람들은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며 성읍과 탑을 쌓았으나(창세기 11:4), 결국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더라”고 기록된다(창세기 11:9).
율법은 언약을 어기면 “여호와께서 너를 땅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만민 중에 흩으시리니”라고 경고하고(신명기 28:64, 레위기 26:33), 이 경고는 앗수르와 바벨론 포로로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같은 율법은 하나님께서 마음을 돌이키시고 흩으신 백성 중에서 다시 모으실 것이라고 약속하며(신명기 30:3-4), 느헤미야는 이 약속을 붙들고 기도한다(느헤미야 1:8-9).
선지서에서는 목자 없는 양의 비유로 흩어짐이 자주 그려진다. 에스겔은 이스라엘이 목자가 없어 흩어져 들짐승의 밥이 되었다고 탄식하고(에스겔 34:5-6), 하나님께서 친히 흩어진 모든 곳에서 양을 찾아 건져내시겠다고 약속한다(에스겔 34:12). 스가랴의 “목자를 치면 양이 흩어지려니와”라는 말씀(스가랴 13:7)은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 제자들이 흩어질 일을 가리키는 말씀으로 인용된다(마태복음 26:31).
신약에서 ‘흩어짐’은 헬라어 διασπορά(diaspora, 디아스포라)로 표현되며, 팔레스타인 밖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 공동체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유대인들이 예수를 두고 “헬라인 중에 흩어져 사는 자들에게로” 가려는가 하고 물은 것이 그 예이다(요한복음 7:35). 야고보서와 베드로전서는 이 말을 그리스도인 수신자들에게 적용하여 “흩어져 있는 열두 지파”, “흩어진 나그네”라고 부른다(야고보서 1:1, 베드로전서 1:1).
흩어짐은 복음 전파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스데반이 죽임을 당한 뒤 예루살렘 교회에 큰 박해가 일어나 신자들이 유대와 사마리아로 흩어졌고(사도행전 8:1), “그 흩어진 사람들이 두루 다니며 복음의 말씀을 전할새”라고 기록된다(사도행전 8:4). 여기 쓰인 동사 διασπείρω(diaspeirō, 디아스페이로)는 ‘씨를 뿌리다’라는 말에서 나와 ‘두루 흩다’를 뜻한다. 요한은 예수의 죽음이 “흩어진 하나님의 자녀를 모아 하나가 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요한복음 11:52).
따라서 성경에서 ‘흩어짐’은 하나님을 떠난 인간과 백성이 받는 심판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하나님께서 다시 모으실 회복을 기다리는 상태이다. 구약에서는 바벨과 포로 사건을 통해 심판과 귀환의 약속으로 나타나고, 신약에서는 흩어진 신자들이 복음을 전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로 모이는 이야기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