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
Meaning and description
성경에서 ‘부탁’은 오늘날처럼 누군가에게 어떤 일을 해 달라고 청하는 뜻으로도 쓰이지만, 개역개정에서는 무엇을 믿고 ‘맡기다’, 간곡히 ‘당부하다’라는 뜻으로 더 자주 쓰인다. 그래서 성경의 ‘부탁’은 자기 영혼이나 사람, 진리를 하나님이나 믿을 만한 이에게 맡기는 신뢰의 행위와 깊이 연결된다.
구약에서 ‘부탁’으로 옮겨진 대표적인 히브리어는 פָּקַד(pāqad, 파카드)와 צָוָה(ṣāwāh, 차와)이다. פָּקַד는 사역형으로 ‘맡기다’를 뜻하여 “내가 나의 영을 주의 손에 부탁하나이다”에 쓰였고(시편 31:5), צָוָה는 ‘명하다, 당부하다’를 뜻하여 다윗이 솔로몬에게 성전 건축을 “부탁하여”라는 구절에 쓰였다(역대상 22:6).
모르드개는 에스더에게 “왕에게 나아가서 그 앞에서 자기 민족을 위하여 간절히 구하라”고 부탁하였다(에스더 4:8). 아가에서 신부가 예루살렘 딸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부탁한다”고 거듭 말할 때는 ‘맹세하게 하다’라는 뜻의 말이 쓰여 간곡한 당부를 나타낸다(아가 8:4). 일상적인 의미의 부탁도 나온다. 감옥에 갇힌 요셉은 술 맡은 관원장에게 “나를 생각하고 내게 은혜를 베풀어서 내 사정을 바로에게 아뢰어 이 집에서 나를 건져 주소서”라고 청했으나(창세기 40:14), 관원장은 요셉을 기억하지 못하고 잊었다(창세기 40:23).
신약에서 ‘부탁하다’는 주로 헬라어 παρατίθημι(paratithēmi, 파라티테미)로 표현되며, ‘곁에 두다’에서 ‘맡기다’, ‘위탁하다’의 뜻으로 쓰인다. 명사 παραθήκη(parathēkē, 파라테케)는 ‘맡긴 것’을 뜻한다.
예수는 십자가에서 시편 31:5의 말씀으로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라고 하시고 숨지셨다(누가복음 23:46). 바울은 에베소 장로들과 작별하며 “지금 내가 여러분을 주와 및 그 은혜의 말씀에 부탁하노니”라고 하였고(사도행전 20:32), 디모데에게는 “네게 부탁한 아름다운 것을 지키라”(디모데후서 1:14), 또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고 말한다(디모데후서 2:2). 베드로는 고난받는 자들에게 그 영혼을 “미쁘신 창조주께 의탁할지어다”라고 권하는데(베드로전서 4:19), 여기에도 같은 동사가 쓰였다.
한편 예루살렘 교회 지도자들이 자기와 바나바에게 “가난한 자들을 기억하도록 부탁하였으니”라고 바울이 전하는 구절은(갈라디아서 2:10) 오늘날의 ‘부탁’에 가까운 쓰임이다.
따라서 성경에서 ‘부탁’은 무엇을 청하는 일보다 더 자주, 믿을 만한 분께 소중한 것을 맡기는 일을 가리킨다. 구약에서는 자기 영을 하나님의 손에 맡기는 시인의 고백과 간곡한 당부로, 신약에서는 십자가에서 영혼을 아버지께 맡기신 그리스도와 복음의 진리를 다음 세대에 맡기는 교회의 사명으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