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의미 및 설명
성경에서 ‘세상’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뜻하며, 신약에서는 특히 하나님을 떠나 죄 아래 놓인 인간 사회와 그 가치 체계를 가리키기도 한다. 성경이 하나님은 세상을 사랑하신다고 말하면서도 성도에게는 세상을 사랑하지 말라고 권하는 것은 이 말이 문맥에 따라 다른 뜻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구약에는 신약의 κόσμος에 정확히 해당하는 단어가 없으며, 온 우주는 흔히 ‘하늘과 땅’, 곧 ‘천지’로 표현된다(창세기 1:1). ‘세상’과 관련해서는 ‘땅’을 뜻하는 히브리어 אֶרֶץ(ʾereṣ, 에레츠)와 사람이 사는 ‘세계’를 뜻하는 תֵּבֵל(tēbēl, 테벨)이 주로 쓰인다. 시편은 “땅과 거기에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가운데에 사는 자들은 다 여호와의 것이로다”라고 고백하여(시편 24:1) 온 세상이 창조주 하나님께 속해 있음을 밝힌다. 하나님은 땅과 세계를 조성하시기 전 영원부터 계신 분이다(시편 90:2).
신약에서 ‘세상’은 주로 헬라어 κόσμος(kosmos, 코스모스)로 표현되며, 본래 ‘질서, 장식’을 뜻하다가 ‘질서 있는 우주, 세계’, ‘사람들이 사는 세상’, ‘하나님을 떠난 인간 사회’라는 뜻으로 넓어졌다. 또 ‘시대’를 뜻하는 αἰών(aiōn, 아이온)도 ‘이 세대’로 옮겨진다(로마서 12:2).
먼저 세상은 하나님의 창조물이다. 바울은 아덴에서 하나님을 “우주와 그 가운데 있는 만물을 지으신” 분으로 전했는데(사도행전 17:24), 여기서 ‘우주’가 κόσμος이다. 요한복음은 “세상은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되 세상이 그를 알지 못하였고”라고 하여(요한복음 1:10) 창조된 세계와 그리스도를 거부한 인간 세상을 한 문장 안에서 함께 말한다. 그럼에도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요한복음 3:16),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자기와 화목하게 하셨다(고린도후서 5:19).
다른 한편 세상은 하나님을 거스르는 질서이기도 하다. 예수께서는 “너희는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요 도리어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택하였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느니라”고 하셨다(요한복음 15:19). 그러면서도 제자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기를 구하지 않고 악에 빠지지 않게 보전해 주시기를 기도하셨으며(요한복음 17:15), 그들을 세상에 보내셨다(요한복음 17:18). 요한일서는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말라”고 하며 그 내용을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라고 설명하고, 이 세상과 그 정욕은 지나간다고 말한다(요한일서 2:15-17).
따라서 성경에서 ‘세상’은 하나님이 지으시고 사랑하시는 세계이면서, 동시에 하나님을 떠나 그분을 거스르는 인간 사회를 가리킨다. 구약에서는 땅과 세계가 모두 창조주 하나님께 속한 것으로 고백되고, 신약에서는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여 아들을 보내셨으며 성도는 세상 속에서 세상에 속하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부름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