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신
의미 및 설명
성경에서 ‘육신’은 사람의 살과 몸을 뜻하는 동시에, 피조물인 인간의 연약하고 유한한 존재 상태를 가리킨다. 신약, 특히 바울 서신에서는 하나님을 떠나 죄의 지배 아래 있는 인간 본성과 그 성향을 가리키는 윤리적 의미로도 쓰인다.
구약에서 ‘육신’은 주로 히브리어 בָּשָׂר(bāśār, 바사르)로 표현되며, ‘살, 몸, 육체’를 뜻하고 나아가 ‘사람’이나 ‘모든 생명체’를 가리킨다. 개역개정은 이를 ‘육신’, ‘육체’, ‘혈육’ 등으로 옮긴다(창세기 6:3, 6:12).
구약에서 바사르는 무엇보다 하나님과 대비되는 인간의 연약함과 유한함을 나타낸다. 하나님은 홍수 전에 “나의 영이 영원히 사람과 함께 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들이 육신이 됨이라”고 하셨고(창세기 6:3), 이사야는 “모든 육체는 풀이요”라고 하여 인간의 덧없음을 말한다(이사야 40:6). 시편 기자는 “혈육을 가진 사람이 내게 어찌하리이까”라고 하며 하나님을 의지하고(시편 56:4), 예레미야는 “육신으로 그의 힘을 삼고 마음이 여호와에게서 떠난” 사람은 저주를 받는다고 경고한다(예레미야 17:5). 바사르 자체는 악한 것이 아니지만 하나님 대신 의지할 대상은 아니다.
신약에서 ‘육신’은 주로 헬라어 σάρξ(sarx, 사르크스)로 표현되며, 개역개정은 이를 ‘육신’과 ‘육체’로 번갈아 옮긴다.
σάρξ는 먼저 사람의 몸과 인간됨을 가리킨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요한복음 1:14), 그리스도께서 “육신으로는 다윗의 혈통에서 나셨고”(로마서 1:3)라는 말씀처럼, 육신은 그 자체로 악하지 않으며 하나님의 아들이 참으로 사람이 되셨음을 나타낸다. 요한일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체로 오신 것”을 시인하는 것을 참 신앙의 표지로 삼는다(요한일서 4:2). 겟세마네에서 하신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라는 말씀(마태복음 26:41)은 육신의 연약함을 보여 준다.
바울은 σάρξ를 하나님의 영을 거스르는 죄된 성향이라는 의미로도 쓴다. “육신의 생각은 하나님과 원수가 되나니”(로마서 8:7), “육체의 소욕은 성령을 거스르고 성령은 육체를 거스르나니”(갈라디아서 5:17)라는 말씀처럼 육신과 성령은 서로 대적하며, 음행과 우상 숭배, 분쟁 같은 ‘육체의 일’이 그 열매로 나타난다(갈라디아서 5:19-21). 그러나 하나님은 자기 아들을 죄 있는 육신의 모양으로 보내어 육신에 죄를 정하셨고(로마서 8:3),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갈라디아서 5:24). 그래서 성도는 성령을 따라 행하라는 부름을 받는다(갈라디아서 5:16).
따라서 성경에서 ‘육신’은 사람의 몸과 연약한 인간됨을 가리키며, 신약에서는 하나님을 거스르는 죄된 본성을 뜻하기도 한다. 구약에서는 하나님 앞에서 풀과 같이 덧없는 인간의 유한함이 강조되고, 신약에서는 육신이 되어 오신 그리스도 안에서 육신의 소욕이 십자가에 못 박히고 성령을 따라 사는 새 삶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