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
의미 및 설명
성경에서 ‘산성’은 산이나 높은 언덕 위에 쌓아 적이 쉽게 다가올 수 없게 만든 성을 뜻한다. 높이 자체가 방어가 되므로, 성경은 이 말을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원수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시는 견고한 보호를 나타내는 비유로 자주 쓴다.
구약에서 ‘산성’으로 옮겨진 대표적인 히브리어는 מִשְׂגָּב(miśgāb, 미스가브)와 מָעוֹז(māʿôz, 마오즈)이다. מִשְׂגָּב은 ‘높이 들리다’를 뜻하는 שָׂגַב(śāgab, 사가브)에서 나온 말로 ‘높고 안전한 곳’을 뜻하고(시편 18:2), מָעוֹז는 ‘견고한 곳’, ‘피난할 곳’을 뜻한다(나훔 1:7). 다윗이 빼앗은 “시온 산성”에는 ‘요새’를 뜻하는 מְצוּדָה(məṣûdāh, 메추다)가 쓰였다(사무엘하 5:7). 이처럼 개역개정의 ‘산성’은 여러 원어를 옮긴 말이어서 ‘요새’, ‘피난처’와 뜻이 겹친다.
다윗은 여부스 사람의 시온 산성을 빼앗아 그곳에 살며 “다윗 성”이라 불렀고(사무엘하 5:7, 9), 이로써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중심이 되었다. 시편에서 하나님은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요새시요”로 시작해 “나의 산성이시로다”로 끝나는 고백의 대상이 되며(시편 18:2), 시인은 “주는 나의 반석과 산성이시니”라고 기도한다(시편 31:3).
선지서와 잠언도 같은 비유를 쓴다. “여호와는 선하시며 환난 날에 산성이시라 그는 자기에게 피하는 자들을 아시느니라”(나훔 1:7). “여호와의 도가 정직한 자에게는 산성이요 행악하는 자에게는 멸망이니라”(잠언 10:29). 그러나 사람이 의지한 산성은 무너진다. 호세아는 하나님을 떠난 이스라엘에게 “네 산성들이 다 무너지되”라고 경고하였다(호세아 10:14). 잠언은 노엽게 한 형제와의 다툼을 “산성 문빗장”에 빗대어, 굳게 닫힌 마음이 성보다 열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한다(잠언 18:19).
신약에는 ‘산성’에 직접 대응하는 말이 쓰이지 않지만, 하나님께서 성도를 지키시는 모습은 군사적 비유로 이어진다. 바울은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고 말하는데(빌립보서 4:7), 여기 쓰인 헬라어 φρουρέω(phroureō, 프루레오)는 수비대가 성을 지키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하나님의 평강이 성을 둘러싼 수비대처럼 성도의 마음을 지킨다는 그림이다.
따라서 성경에서 ‘산성’은 높은 곳에 세워 원수가 범접할 수 없는 견고한 성을 뜻하며,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피하는 자를 지키시는 확실한 보호를 가리킨다. 구약에서는 환난 날에 산성이 되시는 하나님으로, 신약에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성도의 마음을 지키시는 하나님의 평강으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