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Meaning and description
성경에서 ‘기업’은 현대 한국어의 회사나 사업체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사람이나 공동체에게 주어져 소유하게 된 몫·분깃·유산·상속 재산을 뜻한다.
기업은 반드시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재산만을 뜻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땅이나 몫을 배정하여 주시는 경우에도 ‘기업’이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구약
1. 하나님께서 주시는 기업
구약에서 기업을 뜻하는 대표적인 히브리어는 나할라(נַחֲלָה)이다. 이는 상속 재산뿐 아니라 사람이나 지파에게 배정되어 소유하게 된 몫·분깃을 뜻하며, 특히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주신 가나안 땅과 각 지파에게 배분된 땅을 가리킬 때 많이 사용된다(민수기 26:53-56; 여호수아 11:23; 14:1-2).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에게 가나안 땅을 영원한 소유로 약속하셨으며(창세기 17:8), 출애굽한 이스라엘에게도 그 땅을 소유로 주겠다고 말씀하셨다(출애굽기 6:8). 다만 두 구절에 사용된 히브리어는 서로 다르다. 창세기 17장 8절에는 아후자(אֲחֻזָּה), 출애굽기 6장 8절에는 모라샤(מוֹרָשָׁה)가 사용된다.
따라서 성경의 ‘기업’은 하나의 원어에만 대응하는 말이 아니라, 문맥에 따라 소유·분깃·상속·배정된 몫을 나타내는 여러 히브리어를 번역한 표현이다.
2. 대대로 이어지는 기업
기업은 개인에게 주어진 일시적인 재산에 그치지 않고, 가문과 후손에게 이어지는 소유라는 성격도 가진다.
율법에서는 가난 때문에 조상의 토지를 팔았을 경우 가까운 친족이 그것을 되살 수 있도록 하였고, 희년에는 일정한 토지가 원래의 기업으로 돌아가도록 규정하였다(레위기 25:24-28). 또한 사람이 아들 없이 죽었을 때 기업을 딸이나 가까운 친족에게 넘겨 가문의 기업이 보전되도록 하였다(민수기 27:7-11).
룻기에 등장하는 ‘기업 무를 자’는 이러한 친족의 책임과 관련된다(룻기 2:20; 3:9-13; 4:1-10). 다만 ‘기업 무를 자’의 핵심 히브리어 고엘(גֹּאֵל, gōʾēl) 자체가 ‘기업’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가까운 친족으로서 가족의 재산과 권리를 되찾아 줄 책임을 가진 친족 구속자를 뜻한다.
3. 여호와께서 기업이 되심
레위 지파는 다른 지파처럼 독립된 영토를 기업으로 받지 않았다. 하나님께서는 아론에게 “나는 네 분깃이요 네 기업”이라고 말씀하셨으며(민수기 18:20), 신명기에서도 레위 지파가 땅의 기업을 갖지 않는 이유를 여호와께서 그들의 기업이 되시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신명기 10:9; 18:1-2).
민수기 18장 20절에서는 ‘분깃’을 뜻하는 헬레크(חֵלֶק)와 ‘기업’을 뜻하는 나할라(נַחֲלָה)가 함께 사용된다.
따라서 성경에서 기업은 물질적인 토지만을 뜻하지 않는다. 하나님 자신이 자신의 백성이 의지하고 누리는 궁극적인 분깃과 기업으로 표현되기도 한다(예레미야애가 3:24).
4. 하나님의 기업인 이스라엘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기업을 주시는 것과 반대로, 이스라엘 백성 자체가 하나님의 기업이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이끌어 내어 자신의 기업의 백성으로 삼으셨으며(신명기 4:20; 9:26, 29), “여호와의 분깃은 자기 백성이라 야곱은 그가 택하신 기업”이라고 말씀하신다(신명기 32:9).
따라서 구약의 기업 개념에는 두 방향이 함께 나타난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백성에게 기업을 주시며, 동시에 하나님께서 그 백성을 자신의 특별한 소유인 기업으로 삼으신다.
신약
1. 기업과 상속
신약에서 기업을 뜻하는 대표적인 헬라어는 클레로노미아(κληρονομία)이다. 이 단어는 상속 재산·유산·상속받을 몫을 뜻하며, 신약에서는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에게 약속하여 주시는 구원과 하나님 나라의 몫을 표현하는 데 사용된다(사도행전 20:32; 에베소서 1:14; 5:5; 골로새서 3:24; 히브리서 9:15).
‘기업으로 받다·상속받다’를 뜻하는 동사는 클레로노메오(κληρονομέω)이다. 예수님께서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라고 말씀하실 때 이 동사가 사용된다(마태복음 5:5).
2. 성도에게 주어진 기업
신약에서 기업은 성도가 하나님의 구원과 약속에 참여하여 받게 되는 몫을 나타낸다.
사도행전은 하나님의 은혜의 말씀이 거룩하게 된 사람들 가운데 기업을 주신다고 말하며(사도행전 20:32), 히브리서는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하여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 “영원한 기업의 약속”을 받게 되었다고 말한다(히브리서 9:15).
에베소서에서는 성령을 “우리 기업의 보증”이라고 표현한다(에베소서 1:14). 이는 성령께서 하나님이 자기 백성에게 약속하신 기업의 확실성을 보증하신다는 의미이다.
3. 배정된 몫과 분깃
신약에는 클레로스(κλῆρος)라는 단어도 사용된다. 이 단어는 본래 ‘제비’를 뜻하며, 여기에서 제비로 정해진 몫·배정된 분깃이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사도행전 26장 18절의 “거룩하게 된 무리 가운데서 기업을 얻게 하리라”에서 클레로스가 사용되며, 골로새서 1장 12절에서도 성도들이 빛 가운데서 받을 분깃을 표현하는 데 이 단어가 사용된다.
이는 구약에서 이스라엘 지파들이 제비를 뽑아 각각의 땅을 기업으로 배정받았던 배경과 연결하여 이해할 수 있다.
4. 에베소서 1장 11절
에베소서 1장 11절의 “그 안에서 기업이 되었으니”에는 클레로노미아가 아니라 동사 클레로오(κληρόω, klēroō)가 사용된다.
이 표현은 ‘기업을 얻었다’ 또는 ‘기업으로 선택·배정되었다’는 두 방향으로 번역되어 왔으므로, 이 구절 하나만으로 성도가 곧 하나님의 ‘기업’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그리스도 안에서 몫을 받거나 선택된 것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이해하는 것이 안전하다.
결론
성경에서 기업은 기본적으로 소유로 주어진 몫, 배정된 분깃, 유산 또는 상속받을 몫을 뜻한다.
구약에서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주신 가나안 땅이 대표적인 기업이며, 각 지파와 가문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몫을 기업으로 받았다. 그러나 기업의 의미는 토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레위인에게는 여호와 자신이 기업이셨으며, 반대로 이스라엘 역시 하나님께서 자신의 것으로 택하신 기업이라고 불렸다.
신약에서는 기업의 개념이 하나님의 나라, 구원, 성도에게 약속된 영원한 몫과 연결된다. 성도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기업에 참여하며, 성령은 그 약속된 기업의 보증으로 주어진다(에베소서 1:14; 히브리서 9:15).
따라서 성경의 ‘기업’은 단순한 물질적 재산이나 토지를 넘어, 하나님께서 자신의 뜻과 약속에 따라 백성에게 주시는 소유와 분깃, 하나님과 백성 사이의 언약적 관계,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성도에게 약속된 영원한 유업을 포괄하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