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
Meaning and description
성경에서 ‘포로’는 전쟁이나 정복으로 적에게 사로잡혀 끌려간 사람을 뜻한다. 구약에서는 북이스라엘의 앗수르 포로와 유다의 바벨론 포로가 이스라엘 역사의 큰 분기점으로 나타나며, 신약에서는 죄와 억눌림에 매인 인간의 처지를 가리키는 비유로도 쓰인다.
구약에서 ‘포로’는 주로 히브리어 שְׁבִי(šəbî, 셰비, 사로잡힘)와 동사 שָׁבָה(šābāh, 샤바, 사로잡다), 그리고 גּוֹלָה(gôlāh, 골라, 유배된 무리)와 동사 גָּלָה(gālāh, 갈라, 유배되다)로 표현된다. שְׁבִי는 전쟁에서 사로잡힘을, גּוֹלָה는 나라를 잃고 땅 밖으로 끌려간 공동체를 가리킨다.
율법은 언약을 저버리면 백성이 알지 못하던 나라로 끌려가고 자녀가 포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신명기 28:36, 28:41). 이 경고는 앗수르 왕이 사마리아를 점령하고 이스라엘 사람을 사로잡아 간 일(열왕기하 17:6)과, 바벨론 왕이 예루살렘의 지도자와 용사와 장인들을 사로잡아 간 일로 현실이 되었다(열왕기하 24:14, 25:11). 시편은 “우리가 바벨론의 여러 강변 거기에 앉아서 시온을 기억하며 울었도다”라고 포로기의 슬픔을 노래한다(시편 137:1).
그러나 포로기는 끝이 아니라 회복을 기다리는 시기로 제시된다. 예레미야는 포로들에게 사로잡혀 간 성읍의 평안을 구하고 그를 위해 기도하라고 권하며(예레미야 29:7), 바벨론에서 칠십 년이 차면 하나님께서 그들을 돌아오게 하실 것이라고 예언한다(예레미야 29:10, 29:14). 이 약속은 바사 왕 고레스의 조서로 백성이 예루살렘에 올라가 성전을 건축하게 되면서 성취되기 시작한다(에스라 1:1, 1:3).
신약에서 ‘포로’는 헬라어 αἰχμάλωτος(aichmalōtos, 아이크말로토스)로, 본래 ‘창에 사로잡힌 자’, 곧 전쟁 포로를 뜻한다. 마태복음의 족보는 바벨론 유배를 μετοικεσία(metoikesia, 메토이케시아, 옮겨 감)라고 부르며 “바벨론으로 사로잡혀 갈 때에”를 역사의 구분점으로 삼는다(마태복음 1:11).
예수께서는 나사렛 회당에서 이사야서를 읽으시며 자신이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전파하러 오셨다고 선포하셨다(누가복음 4:16-18, 이사야 61:1). 이사야가 전한 해방의 소식이 예수 안에서 죄와 억눌림으로부터의 해방으로 성취된 것이다. 바울은 시편을 인용하여 그리스도께서 “사로잡혔던 자들을 사로잡으시고” 오르셨다고 그리스도의 승리를 말하고(에베소서 4:8, 시편 68:18), 신자는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하게” 한다고 쓴다(고린도후서 10:5).
따라서 성경에서 ‘포로’는 전쟁으로 사로잡혀 간 사람을 뜻하면서, 언약을 저버린 백성이 받은 심판과 그 뒤에 약속된 회복을 함께 담는 말이다. 구약에서는 앗수르와 바벨론 포로를 통해 하나님의 심판과 귀환의 약속이 드러나고, 신약에서는 그리스도께서 죄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참된 자유를 주시는 분으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