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Meaning and description
성경에서 ‘시대’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일정한 기간, 또는 하나님의 역사 속에서 구별되는 한 시기를 가리킨다. 성경은 시간을 그저 흘러가는 것으로 보지 않고, 하나님께서 주관하시며 정하신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역사로 이해한다.
구약에서 ‘시대’로 옮겨진 말은 하나가 아니다. 히브리어 דּוֹר(dôr, 도르)는 함께 살아가는 한 세대를 뜻하고(출애굽기 1:6), יוֹם(yôm, 욤, ‘날’)의 복수형은 ‘누구의 날들’이라는 표현으로 어떤 왕이나 인물이 살던 때를 가리키며(사무엘하 21:1), עֵת(ʿēt, 에트)는 정해진 때나 시기를 뜻한다(이사야 33:6).
구약에서 시대는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는 영역이다. 다니엘은 하나님을 “때와 계절을 바꾸시며 왕들을 폐하시고 왕들을 세우시며”라고 찬양한다(다니엘 2:21). 선지서는 어느 왕들의 시대에 말씀이 임했는지를 밝혀 기록하는데(이사야 1:1, 호세아 1:1), 이는 하나님의 말씀이 구체적인 역사 속에서 주어졌음을 보여 준다.
신약에서 시대와 관련된 대표적인 헬라어는 καιρός(kairos, 카이로스), χρόνος(chronos, 크로노스), αἰών(aiōn, 아이온)이다. καιρός는 주로 정해진 때나 시기를, χρόνος는 시간이나 기간을, αἰών은 한 시대나 세상의 시대를 가리킨다. 예수께서는 날씨는 분별하면서 “시대의 표적은 분별할 수 없느냐”고 책망하셨고(마태복음 16:3, 누가복음 12:56), 바울은 아덴에서 “알지 못하던 시대에는 하나님이 간과하셨거니와” 이제는 회개를 명하신다고 전했다(사도행전 17:30).
신약은 역사를 ‘이 세상’과 ‘오는 세상’으로 나누어 말하기도 한다(마태복음 12:32, 에베소서 1:21). 여기서 ‘세상’으로 옮겨진 말이 αἰών으로, 지금의 시대와 하나님 나라가 완성될 장래의 시대를 대비한다. 그 전환점에 그리스도가 계신다.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갈라디아서 4:4)라는 말씀처럼, 하나님은 옛적에 선지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셨고 이 모든 날 마지막에는 아들을 통하여 말씀하셨다(히브리서 1:1-2). 에베소서는 하나님께서 “때가 찬 경륜”을 따라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을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신다고 말한다(에베소서 1:9-10).
이 ‘경륜’(οἰκονομία, oikonomia, 오이코노미아) 같은 표현을 근거로 구속의 역사를 여러 시대로 나누어 설명하는 신학 체계(세대주의)도 있으나, 성경이 시대를 나누는 틀을 하나로 정해 주지는 않기 때문에 그 구분 방식은 해석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성경에서 ‘시대’는 하나님께서 주관하시는 역사의 한 시기를 가리킨다. 구약에서는 세대와 왕들의 날, 정해진 때를 통해 하나님께서 역사 속에서 일하심이 드러나고, 신약에서는 그리스도의 오심으로 때가 차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이 선포된다. 성도는 그 시대의 표적을 분별하며 오는 세상을 바라보도록 부름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