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핍
의미 및 설명
성경에서 ‘궁핍’은 생활에 필요한 재물, 양식, 도움, 보호가 부족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물질 부족만이 아니라, 가난과 압제, 고난 속에서 스스로를 지킬 힘이 부족하여 도움을 필요로 하는 처지를 포함한다.
구약에서 ‘궁핍’은 אֶבְיוֹן(에비온), דַּל(달), עָנִי(아니) 등의 표현과 관련되어 나타나며, 가난하고 낮은 자, 도움이 필요한 자, 억눌린 자를 가리키는 문맥에서 사용된다. 이 단어들은 ‘궁핍’만을 뜻하는 고정된 표현이라기보다, 결핍과 약함, 사회적 취약함을 함께 나타내는 말들이다.
율법에서는 궁핍한 형제에게 마음을 완악하게 하지 말고 손을 펴라고 명령하며(신명기 15:9, 15:11), 궁핍한 자를 외면하는 것을 하나님 앞에서 죄로 본다. 이는 궁핍한 자를 돕는 일이 단순한 자선이 아니라 하나님 백성 공동체 안에서 요구되는 책임임을 보여 준다.
시편에서는 궁핍한 자가 하나님께 부르짖는 사람으로 자주 나타난다. 하나님은 궁핍한 자를 잊지 않으시고(시편 9:18), 그들의 소리를 들으시며(시편 69:33), 악인들의 손에서 건지시는 분으로 묘사된다(시편 35:10, 82:4). 또한 시편 기자는 자신을 “가난하고 궁핍하다”고 고백하며 하나님의 도움과 구원을 구한다(시편 40:17, 70:5, 86:1).
잠언에서는 궁핍이 개인의 게으름, 조급함, 방탕함의 결과로 경고된다(잠언 13:18, 21:5, 28:19), 그러나 궁핍한 자를 불쌍히 여기고 돌보는 것이 곧 하나님을 공경하는 태도로 제시된다(잠언 14:31). 가난한 자를 구제하는 자는 도리어 궁핍을 면한다고 하며(잠언 28:27), 궁핍한 자를 신원하고 돌보는 일은 의로운 삶의 모습으로 나타난다(잠언 31:9, 31:20).
선지서에서는 궁핍한 자를 압제하거나 외면하는 일이 하나님 앞에서 죄로 지적된다. 소돔의 죄악 가운데 하나는 풍족함 가운데서도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도와주지 않은 것이며(에스겔 16:49), 이스라엘 백성의 포악과 강탈도 궁핍한 자를 압제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에스겔 22:29). 반대로 가난한 자와 궁핍한 자를 변호하는 것은 하나님을 아는 삶의 모습으로 제시된다(예레미야 22:16).
신약에서 ‘궁핍’은 문맥에 따라 헬라어 ὑστέρησις(hysterēsis), ὑστέρημα(hysterēma), χρεία(chreia) 등의 표현과 연결되며, 부족함, 결핍, 필요, 궁핍한 상태를 의미한다. 다만 신약의 모든 ‘궁핍’ 표현이 하나의 원어로 통일되는 것은 아니므로, 문맥에 따라 물질적 부족, 생활의 결핍, 고난의 상태로 이해해야 한다.
누가복음에서는 탕자가 가진 것을 다 허비한 뒤 흉년으로 인해 궁핍하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누가복음 15:14). 여기서 궁핍은 물질적 결핍과 생존의 어려움을 나타낸다.
바울 서신에서는 궁핍이 사역자와 성도가 겪는 고난의 한 형태로 나타난다. 바울은 환난과 궁핍과 고난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일꾼으로 견디는 삶을 말하며(고린도후서 6:4),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한다고 고백한다(고린도후서 12:10). 또한 그는 풍부와 궁핍 어느 형편에서도 자족하기를 배웠다고 말하여, 궁핍 속에서도 자족하는 삶의 태도를 보여 준다(빌립보서 4:11-12).
데살로니가전서에서는 궁핍과 환난 가운데서도 성도들의 믿음으로 위로를 받았다고 말하며(데살로니가전서 3:7), 성도들이 외인에게 단정히 행하고 조용히 자기 일을 힘써 감당함으로 궁핍함이 없게 하라고 권면한다(데살로니가전서 4:11-12). 이는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 궁핍함을 면하는 성실한 태도와, 세상 사람들 앞에서도 덕을 세우는 성도의 바른 행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성경에서 ‘궁핍’은 생활에 필요한 것이 부족한 물질적 결핍을 뜻하며, 더 넓게는 가난, 압제, 고난 속에서 도움과 보호가 필요한 상태를 가리킨다. 성경은 궁핍한 자를 외면하거나 압제하는 것을 죄로 보며, 그들을 공의와 긍휼로 돌보는 것을 하나님을 아는 삶의 모습으로 제시한다. 또한 신약에서는 궁핍이 성도가 겪는 고난의 한 형태로 나타나며, 그 가운데서도 자족과 신실한 삶의 태도가 함께 강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