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의미 및 설명
성경에서 ‘은혜’는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값없이 베푸는 호의와 선물을 뜻한다. 특히 하나님께서 사람의 공로나 조건과 상관없이 자기 백성을 받아 주시고 돌보시며 구원하시는 너그러운 사랑을 가리킨다.
구약에서 ‘은혜’는 주로 히브리어 חֵן(ḥēn, 헨)으로 표현되며, ‘호의’, ‘은총’을 뜻한다. 이 말은 ‘은혜를 베풀다’, ‘불쌍히 여기다’라는 뜻의 동사 חָנַן(ḥānan, 하난)과 같은 어근이다. 개역개정은 חֵן을 ‘은혜’ 또는 ‘은총’으로 옮긴다. 한편 언약에 근거한 변함없는 사랑을 뜻하는 חֶסֶד(ḥeseḏ, 헤세드)는 주로 ‘인자’, ‘인애’로 옮겨져 ‘은혜’와 구별된다.
구약에서 은혜는 흔히 ‘누구의 목전에서 은혜를 입다’라는 표현으로 나타난다. 홍수 심판 가운데서도 “노아는 여호와께 은혜를 입었더라”(창세기 6:8)고 하며, 모세는 주의 목전에 은총을 입었다면 주의 길을 보여 달라고 간구한다(출애굽기 33:12-13, 33:17). 하나님은 자신을 “자비롭고 은혜롭고 노하기를 더디하고 인자와 진실이 많은 하나님”으로 선포하시고(출애굽기 34:6), 제사장의 축복은 하나님께서 얼굴을 비추사 은혜 베푸시기를 구한다(민수기 6:25). 잠언은 하나님께서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베푸신다고 말한다(잠언 3:34).
신약에서 ‘은혜’는 헬라어 χάρις(charis, 카리스)로 표현되며, ‘호의’, ‘선물’, ‘감사’ 등을 뜻한다. 신약에서는 특히 그리스도 안에서 값없이 주어지는 하나님의 구원의 호의를 가리키는 핵심 단어가 된다.
요한복음은 말씀이 육신이 되신 그리스도께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고 증언하며(요한복음 1:14), 우리가 그의 충만한 데서 받으니 “은혜 위에 은혜러라”고 말한다(요한복음 1:16-17). 바울은 사람이 하나님의 은혜로 값 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고(로마서 3:24),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으며 이것은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라고 가르친다(에베소서 2:8-9). 또한 은혜는 구원의 출발점에 그치지 않고 사도의 수고와 약함 속에서도 역사하는 능력으로 나타난다(고린도전서 15:10, 고린도후서 12:9).
따라서 성경에서 ‘은혜’는 자격 없는 사람에게 하나님께서 값없이 베푸시는 호의와 선물을 가리킨다. 구약에서는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받아 주시고 돌보시는 은총으로 나타나고, 신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죄인을 의롭다 하시고 구원하시며 그 삶을 붙드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