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의미 및 설명
성경에서 ‘부정’(不淨)은 율법이 깨끗하지 않다고 규정한 상태, 곧 하나님의 성소와 거룩한 것에 가까이 갈 수 없는 의식적 더러움을 뜻한다. 부정이 언제나 죄를 뜻하지는 않았지만, 거룩하신 하나님과 그분의 백성을 구별하는 중요한 경계였고, 선지자들과 신약에서는 마음과 삶의 도덕적 더러움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였다. 의롭지 못함을 뜻하는 부정(不正)이나 부인함을 뜻하는 부정(否定)과는 다른 말이다.
구약에서 ‘부정’은 히브리어 טָמֵא(ṭāmēʾ, 타메)로 표현되며, ‘부정하다’, ‘더러워지다’를 뜻하는 동사이자 ‘부정한’을 뜻하는 형용사로 쓰인다. 명사 טֻמְאָה(ṭumʾāh, 툼아)는 ‘부정함’을 뜻하며, 반대말은 ‘정결한’을 뜻하는 טָהוֹר(ṭāhôr, 타호르)이다.
제사장의 임무는 “거룩하고 속된 것을 분별하며 부정하고 정한 것을 분별”하는 일이었다(레위기 10:10). 율법은 부정한 짐승, 출산, 나병과 같은 피부병, 몸의 유출, 시체 접촉 등을 부정의 원인으로 규정했다(레위기 11-15장, 민수기 19장). 부정한 짐승의 주검을 만지면 “저녁까지 부정”하였고(레위기 11:24), 나병 환자는 옷을 찢고 “부정하다 부정하다” 외치며 진영 밖에서 살아야 했다(레위기 13:45-46). 이러한 규례의 목적은 백성이 부정한 가운데 하나님의 성막을 더럽히고 죽지 않게 하려는 데 있었으며(레위기 15:31), 그 바탕에는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라는 말씀이 있다(레위기 11:45). 학개는 시체로 부정해진 사람이 만진 것도 부정해진다는 제사장들의 대답을 들어, 백성과 그 손의 모든 일과 그들이 드리는 것도 부정하다고 선포했다(학개 2:13-14). 이사야는 하나님을 뵙고 “나는 입술이 부정한 사람이요”라고 고백했다(이사야 6:5).
신약에서 ‘부정’은 헬라어 ἀκάθαρτος(akathartos, 아카타르토스, 깨끗하지 않은)와 κοινός(koinos, 코이노스, 속된)로 표현된다.
예수께서는 밖에서 사람에게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고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한다고 가르치셨으며, 마가는 이를 두고 “모든 음식물을 깨끗하다 하시니라”고 설명한다(마가복음 7:15-20). 베드로는 환상 가운데 “속되고 깨끗하지 아니한 것”을 먹지 않겠다고 했으나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는 말씀을 들었고(사도행전 10:14-15), 이를 통해 어떤 사람도 속되다 하지 말아야 함을 깨달았다(사도행전 10:28). 바울은 “부정한 것을 만지지 말라”는 구약의 말씀을 인용하여 우상과 죄에서 떠난 거룩한 삶을 권한다(고린도후서 6:17).
따라서 성경에서 ‘부정’은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없게 하는 더러움의 상태를 가리킨다. 구약에서는 음식과 접촉과 몸의 상태에 관한 의식적 부정이 규정되어 거룩과 속됨의 경계를 가르쳤고, 신약에서는 음식 규례의 경계가 그리스도 안에서 허물어지는 한편, 마음에서 나오는 죄와 도덕적 더러움에서 떠나는 거룩함이 강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