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법
의미 및 설명
‘의식법’은 성경에 직접 나오는 단어라기보다, 모세 율법 가운데 제사와 제사장 직무, 절기, 정결 규례, 음식 규정처럼 예배와 의식에 관한 규정을 묶어 부르는 신학 용어이다. 기독교 신학은 전통적으로 모세 율법을 도덕법, 의식법, 시민법(재판법)으로 나누어 설명해 왔으며,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19장)도 이 구분을 따른다.
구약의 율법은 스스로를 이렇게 나누지 않는다. ‘규례’로 옮겨진 히브리어 חֻקָּה(ḥuqqāh, 후카)나 ‘법도’로 옮겨진 מִשְׁפָּט(mišpāṭ, 미쉬파트) 같은 말도 의식 규정만 따로 가리키지는 않으며, 유대교 전통도 율법을 하나의 전체로 다룬다.
구약에서 의식 규정은 레위기에 많이 모여 있다. 제사(레위기 1-7장), 속죄일(레위기 16장), 절기(레위기 23장), 음식의 정결 구별(레위기 11장)이 대표적이며, 그 목적은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라는 말씀처럼 하나님의 백성을 거룩하게 구별하는 데 있었다(레위기 11:44-45). 그러나 선지자들은 순종과 정의가 없는 의식을 책망했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사무엘상 15:22), “나는 인애를 원하고 제사를 원하지 아니하며”(호세아 6:6)라는 말씀은 의식 자체를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언약에 대한 신실함이 없는 의식이 헛되다는 뜻이다(이사야 1:11-17, 미가 6:6-8).
신약에도 ‘의식법’이라는 용어는 없지만, 히브리서는 옛 언약의 제사와 정결 규정을 헬라어 δικαιώματα σαρκός(dikaiōmata sarkos, 디카이오마타 사르코스), 곧 ‘육체의 예법’이라고 부른다(히브리서 9:10).
신약에서 히브리서는 이런 규정들이 “먹고 마시는 것과 여러 가지 씻는 것과 함께 육체의 예법일 뿐이며 개혁할 때까지 맡겨 둔 것이니라”고 하고(히브리서 9:10), “율법은 장차 올 좋은 일의 그림자일 뿐이요”라고 말한다(히브리서 10:1). 바울도 음식과 절기와 안식일 문제에 대해 “이것들은 장래 일의 그림자이나 몸은 그리스도의 것이니라”고 한다(골로새서 2:16-17). 예수께서는 “모든 음식물을 깨끗하다” 하셨고(마가복음 7:19), 예루살렘 회의는 이방인 신자들에게 할례와 모세 율법을 지우지 않고 요긴한 몇 가지만 멀리하라고 했다(사도행전 15장).
의식법의 성격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이 구분을 따르는 전통은 의식법이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어 더 이상 신자를 구속하지 않지만,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모형으로서 그 의미는 여전히 유익하다고 본다. 반면 율법은 하나라는 점을 들어(야고보서 2:10) 이런 삼중 구분이 본문에서 바로 나온 것은 아니며 모세 율법 전체가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고, 안식일 계명을 어디에 둘지도 의견이 갈린다.
따라서 ‘의식법’은 모세 율법 가운데 예배와 정결에 관한 규정을 가리키는 신학 용어이다. 구약에서는 거룩하신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과 백성의 구별을 가르치는 규례로 나타나고, 신약에서는 그 규례들이 장차 올 좋은 일의 그림자로서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음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