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의미 및 설명
성경에서 ‘속죄’는 죄 때문에 깨어진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죄를 덮거나 씻어 내어 그 죄의 문제를 처리하는 일을 뜻한다. 구약에서는 주로 제사장이 드리는 제사와 피를 통해 이루어졌고, 신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을 통해 단번에 온전히 이루어진 것으로 설명된다.
구약에서 ‘속죄하다’는 히브리어 동사 כָּפַר(kāp̄ar, 카파르)로 표현된다. 이 말의 어원은 ‘덮다’라는 뜻과 연결하는 견해와 ‘닦아 내다’, ‘씻어 내다’라는 뜻과 연결하는 견해가 있다. 같은 어근의 명사 כִּפֻּרִים(kippurîm, 키푸림)은 ‘속죄’를 뜻하여 속죄일의 이름에 쓰이고(레위기 23:27), 속죄소를 뜻하는 כַּפֹּרֶת(kappōreṯ, 카포레트)도 같은 어근에서 나왔다(출애굽기 25:17).
레위기에서 속죄는 제사 제도의 중심이다. 제사장이 속죄제를 드려 “회중을 위하여 속죄한즉 그들이 사함을 받으리라”고 하였고(레위기 4:20), 율법은 그 근거를 “생명이 피에 있으므로 피가 죄를 속하느니라”라고 밝힌다(레위기 17:11). 해마다 속죄일에는 대제사장이 휘장 안에 들어가 속죄소에 피를 뿌리고 백성의 모든 죄를 위하여 속죄하였다(레위기 16:15, 16:30, 16:34).
신약에서는 헬라어 동사 ἱλάσκομαι(hilaskomai, 힐라스코마이)와 명사 ἱλασμός(hilasmos, 힐라스모스), ἱλαστήριον(hilastērion, 힐라스테리온)이 이 개념을 나타낸다. ἱλαστήριον은 칠십인역에서 속죄소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고, 히브리서 9장 5절에서도 ‘속죄소’로 옮겨졌다. 개역개정은 ἱλασμός와 로마서 3장 25절의 ἱλαστήριον을 ‘화목제물’로 옮긴다.
신약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구약 속죄 제사의 실체가 되신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예수를 “그의 피로써 믿음으로 말미암는 화목제물로 세우셨으니”(로마서 3:25), 그는 자비하고 신실한 대제사장이 되어 백성의 죄를 속량하셨다(히브리서 2:17). 그리스도께서는 염소와 송아지의 피가 아니라 “오직 자기의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으며(히브리서 9:12), “피흘림이 없은즉 사함이 없느니라”는 원리를 온전히 이루셨다(히브리서 9:22). 요한은 그리스도가 “우리 죄를 위한 화목제물”이시며 온 세상의 죄를 위하신다고 말한다(요한일서 2:2, 4:10). 이 말들이 하나님의 진노를 누그러뜨리는 화목의 뜻을 가지는지, 죄를 씻어 없애는 속죄의 뜻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논의가 있으며, 두 측면을 함께 보는 견해도 많다.
따라서 성경에서 ‘속죄’는 죄 때문에 깨어진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죄를 덮고 씻어 그 문제를 처리하는 일을 가리킨다. 구약에서는 피를 통한 제사와 속죄일 의식으로 나타나고, 신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기 피로 단번에 영원한 속죄를 이루신 사건으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