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의미 및 설명
성경에서 ‘씨’는 식물이 열매를 맺고 번식하게 하는 씨앗을 뜻하며, 같은 말이 사람의 ‘후손’을 가리키는 데에도 쓰인다. 이 두 뜻이 겹치면서 ‘씨’는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후손의 계보, 그 계보에서 오시는 그리스도, 그리고 사람 안에 뿌려져 열매를 맺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리키는 중요한 성경적 표현이 되었다.
구약에서 ‘씨’는 히브리어 זֶרַע(zeraʿ, 제라)로 표현된다. 창조 때 하나님은 땅이 “씨 맺는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게 하셨고(창세기 1:11), 홍수 뒤에는 “심음과 거둠”이 쉬지 않으리라고 약속하셨다(창세기 8:22). 같은 단어가 사람에게 쓰이면 ‘자손, 후손’을 뜻하며, 개역개정은 문맥에 따라 ‘씨’, ‘자손’, ‘후손’으로 옮긴다.
뱀에게 내려진 선언에서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고 할 때 ‘후손’이 זֶרַע이다(창세기 3:15). 교회는 전통적으로 이 구절을 장차 오실 구원자에 대한 첫 약속으로 읽어 왔다.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내가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고 하셨고(창세기 12:7), 이삭을 바친 뒤에는 “네 씨로 말미암아 천하 만민이 복을 받으리니”라고 약속하셨다(창세기 22:18). 이 약속은 다윗에게 “네 몸에서 날 네 씨를 네 뒤에 세워”라는 왕조 언약으로 이어진다(사무엘하 7:12).
신약에서는 후손을 뜻하는 헬라어 σπέρμα(sperma, 스페르마)와 뿌리는 씨를 뜻하는 σπόρος(sporos, 스포로스)가 쓰인다. 바울은 아브라함에게 한 약속이 “여럿을 가리켜 그 자손들이라 하지 아니하시고 오직 한 사람을 가리켜 네 자손이라 하셨으니 곧 그리스도라”고 해석한다(갈라디아서 3:16). 바울은 단수형 σπέρμα를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말로 읽으면서, 동시에 “너희가 그리스도의 것이면 곧 아브라함의 자손이요”라고 하여 그리스도께 속한 모든 사람이 약속의 상속자가 된다고 밝힌다(갈라디아서 3:29).
예수의 비유에서 씨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누가복음은 “씨는 하나님의 말씀이요”라고 풀이하고(누가복음 8:11), 마태복음은 말씀을 듣고 깨닫지 못할 때 악한 자가 와서 “그 마음에 뿌려진 것을 빼앗나니”라고 설명한다(마태복음 13:19). 베드로는 신자가 “썩어질 씨로 된 것이 아니요 썩지 아니할 씨로 된 것이니 살아 있고 항상 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되었느니라”고 말한다(베드로전서 1:23). 씨가 땅에 떨어져 죽어야 열매를 맺는다는 이미지는 예수의 죽음과(요한복음 12:24) 성도의 부활을 설명하는 데에도 쓰인다(고린도전서 15:36, 15:42).
따라서 성경에서 ‘씨’는 생명을 이어 가는 씨앗이자 하나님의 약속을 이어 가는 후손을 뜻한다. 구약에서는 여자의 후손과 아브라함과 다윗의 씨에 대한 약속으로 나타나고, 신약에서는 그 약속의 씨이신 그리스도와 그분께 속한 사람들, 그리고 마음에 뿌려져 새 생명을 낳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성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