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 의미 및 설명

성경에서 ‘기름’은 식물성 감람유나 동물성 지방 같은 실제 물질을 가리킬 뿐만 아니라, 풍요와 복, 거룩한 구별과 직분, 메시아적 기름부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따라서 한글 성경에 동일하게 ‘기름’으로 번역되었더라도, 원어와 문맥, 그리고 성경 전체의 흐름을 살펴 그 뜻을 분별해야 한다. 구약 1. 감람유 구약성경에서 일반적인 기름을 가리키는 대표적인 히브리어는 셰멘(שֶׁמֶן, šemen)이다. 주로 올리브 열매를 짜서 얻은 감람유(올리브유)를 뜻하며, 음식과 제사, 등불, 몸단장, 돌봄과 기름부음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감람유는 다음과 같이 사용되었다. - 밀가루와 함께 음식을 만들 때(열왕기상 17:12-16) - 소제물에 섞거나 그 위에 부어 여호와께 드릴 때(레위기 2:1, 4-7, 15-16) - 성막의 등불을 계속 밝히는 연료로 사용할 때(출애굽기 27:20; 레위기 24:2) - 몸을 단장하거나 애도를 마친 뒤 몸에 바를 때(룻기 3:3; 사무엘하 12:20) - 상처를 부드럽게 하거나 지친 사람을 돌볼 때(이사야 1:6; 역대하 28:15) - 향품과 섞어 거룩한 관유를 만들 때(출애굽기 30:22-25) - 제사장과 왕에게 부어 거룩한 직분과 사명에 세울 때(출애굽기 40:13-15; 사무엘상 10:1, 16:13; 열왕기상 1:39) 야곱이 벧엘의 돌기둥 위에 부은 기름(창세기 28:18), 성막의 등불을 위해 준비한 순수한 감람유(출애굽기 27:20), 사르밧 과부의 병에 남아 있던 기름(열왕기상 17:12-16)도 셰멘에 해당한다. 이처럼 셰멘은 구약에서 기름을 폭넓게 가리키는 일반적인 명칭으로, 주로 감람유를 뜻하지만 문맥에 따라 몸에 바르는 기름이나 향품을 섞어 만든 관유 등도 가리킨다. 2. 농산물로서의 기름 히브리어 이츠하르(יִצְהָר, yiṣhār)는 주로 올리브에서 얻은 새 감람유를 뜻한다. 이는 곡식과 새 포도주와 함께 집계되는 토지의 주요 산출물로서, 농산물로서의 감람유라는 성격이 강조된 표현이다. 성경에서 이츠하르는 흔히 곡식을 뜻하는 다간(דָּגָן), 새 포도주를 뜻하는 티로쉬(תִּירוֹשׁ)와 함께 언급되며, 하나님께서 주시는 농업적 풍요와 언약의 복을 나타낸다(신명기 7:13, 11:14; 호세아 2:8, 22; 요엘 2:19, 24). 또한 십일조와 첫 소산으로 드리거나 창고에 저장하는 주요 농산물로도 나타난다(신명기 12:17; 14:23; 18:4; 역대하 31:5; 느헤미야 10:37, 39; 13:12). 이츠하르의 어원은 확정적이지 않다. ‘새로 나온 것’과 관련된 말로 보는 견해가 있는 한편, ‘빛나다’ 또는 ‘반짝이다’와 연결하여 기름의 광택이나 빛을 내는 성질을 반영한 표현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일반적인 기름을 뜻하는 셰멘(שֶׁמֶן)이 음식, 등불, 향유, 관유와 기름부음 등 다양한 문맥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데 비해, 이츠하르는 주로 곡식과 포도주와 함께 언급되며 토지의 소산과 수확의 풍요라는 관점에서 감람유를 나타낸다. 따라서 셰멘은 기름을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일반적인 명칭이고, 이츠하르는 주로 농산물과 수확의 문맥에서 사용되는 새 감람유라고 정리할 수 있다. 다만 스가랴 4장 14절의 “기름부음 받은 자 둘”처럼 이츠하르가 비유적으로 사용되는 예외도 있다. 3. 짐승의 지방 창세기 4장 4절에서 아벨이 드린 “양의 첫 새끼와 그 기름”의 ‘기름’은 히브리어 헬레브(חֵלֶב, ḥēleḇ)의 복수형으로, 양의 지방 부분들을 뜻한다(창세기 4:4). 레위기의 제사 규례에서 헬레브는 주로 내장을 덮거나 내장에 붙은 지방과 콩팥 주변의 지방 등, 제물에서 따로 떼어 제단 위에서 불살라 드리도록 지정된 동물성 지방을 가리킨다. 간에 덮인 꺼풀도 콩팥과 함께 떼어 드렸지만, 그 자체가 헬레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레위기 3:3-4, 9-10, 14-16). 양의 기름진 꼬리는 히브리어 알랴(אַלְיָה, ʾalyāh)라고 한다. 알랴는 헬레브의 다른 명칭이 아니라 지방이 많이 축적된 양의 꼬리를 가리키는 별도의 명사이다. 화목제로 양을 드릴 때에는 온전한 알랴를 다른 지방 부위들과 함께 제단에서 불살라 드렸다(레위기 3:9-11). 레위기 3장 16절의 “모든 기름은 여호와의 것이니라”는 제사에서 하나님께 드리도록 지정된 헬레브가 여호와께 속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은 소·양·염소의 헬레브를 먹지 말아야 했으며, 제물로 드릴 때에는 이를 따로 떼어 화제로 불살라야 했다(레위기 3:16-17; 7:23-25). 스스로 죽거나 들짐승에게 찢긴 동물의 지방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식용으로 취하는 것은 금지되었다(레위기 7:24). 4. 거룩한 기름부음 히브리어 마샤흐(מָשַׁח, māšaḥ)는 본래 기름을 바르거나 붓는다는 뜻이다. 성경적 문맥에서는 사람이나 물건을 하나님께 속한 것으로 거룩하게 구별하거나, 특정한 직분과 사명에 세우는 행위를 가리킨다. 구약에서 기름부음의 주요 대상은 다음과 같다. - 성막과 성막 기구(출애굽기 30:26-29; 40:9) - 제단과 그 기구(출애굽기 29:36; 30:28; 40:10) - 제사장(출애굽기 28:41; 29:7; 30:30; 40:13-15) - 왕(사무엘상 10:1; 16:13; 열왕기상 1:39) - 특별한 사명을 받은 선지자(열왕기상 19:16) 아론과 그의 아들들은 하나님을 섬기는 제사장으로 구별되기 위해 기름부음을 받았으며(출애굽기 28:41; 40:13-15), 사울·다윗·솔로몬은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워질 때 기름부음을 받았다(사무엘상 10:1; 16:13; 열왕기상 1:39). 이러한 기름부음은 그 사람을 본질적으로 완전하거나 죄 없는 존재로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에게 공적인 직분과 책임을 맡기셨음을 나타내는 표지였다. 열왕기상 19장 16절에서는 하나님께서 엘리야에게 엘리사를 기름부어 후계 선지자로 세우라고 명령하신다. 다만 구약의 모든 선지자가 실제 기름부음 의식을 거쳤다고 기록된 것은 아니므로, 선지자의 기름부음을 왕과 제사장처럼 일반적으로 시행된 제도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또한 이사야 45장 1절은 바사 왕 고레스를 하나님의 “기름부음 받은 자”라고 부른다. 이는 고레스가 실제로 이스라엘의 거룩한 관유를 머리에 부었다는 뜻이라기보다, 하나님께서 그를 선택하여 열국을 정복하고 이스라엘의 귀환과 예루살렘의 회복에 사용하셨다는 의미이다(이사야 44:28; 45:1-4). 5. 기름부음 받은 자 ‘기름부음 받은 자’를 뜻하는 히브리어 명사는 마시아흐(מָשִׁיחַ, māšîaḥ)이다. 이는 ‘기름을 바르다·붓다’를 뜻하는 동사 마샤흐(מָשַׁח)에서 유래했으며, 이 단어를 음역한 명칭이 바로 메시아(Messiah)이다. 구약성경에서 마시아흐는 하나님께 기름부음을 받아 거룩하게 구별되고 특별한 직분과 사명을 위임받은 사람을 가리킨다. 기름부음 받은 제사장(레위기 4:3, 5; 6:22), 이스라엘의 왕인 사울과 다윗(사무엘상 10:1; 16:13; 24:6), 그리고 하나님께 특별한 역사적 사명을 받은 바사 왕 고레스도 마시아흐로 불렸다(이사야 45:1). 구약에 나타나는 기름부음 받은 왕에 대한 언급과 다윗 왕조를 향한 영원한 왕국의 약속은 성경 전체의 구속사적 흐름 속에서 장차 오실 궁극적인 메시아를 바라보게 한다(사무엘하 7:12-16; 시편 2:2, 6-8; 89:20, 27-29; 132:11, 17; 이사야 9:6-7; 다니엘 9:25-26). 신약성경은 히브리어 마시아흐에 해당하는 헬라어로 크리스토스(Χριστός, Christos)를 사용한다. 요한복음은 ‘메시아’를 “번역하면 그리스도”라고 직접 설명하며(요한복음 1:41; 4:25), 구약에서 약속하고 기다려 온 궁극적인 메시아가 바로 예수님이심을 증언한다(마태복음 16:16; 누가복음 2:11; 요한복음 20:31; 사도행전 2:36). 신약 1. 실제 감람유 신약에서 감람유, 곧 올리브유를 뜻하는 대표적인 헬라어는 엘라이온(ἔλαιον, elaion)이다. 이는 구약에서 일반적인 기름을 뜻하는 셰멘(שֶׁמֶן, šemen)에 대체로 대응하며, 당시 유대와 지중해 지역에서 널리 사용된 생활 필수품이었다. 엘라이온은 등불의 연료로 사용되었고(마태복음 25:3-8), 상처를 돌보는 데 쓰였으며(누가복음 10:34), 병자에게 바르기도 했다(마가복음 6:13; 야고보서 5:14). 또한 생활과 경제활동에서 중요한 물품으로서 상업적으로 유통되고 거래되었다(누가복음 16:6; 요한계시록 6:6). 따라서 신약에서 엘라이온은 주로 등불, 치료와 돌봄, 병자를 위한 도유, 생활 및 상업적 용도로 사용된 일반적인 감람유를 가리킨다. 2. 향유 신약에서 향기로운 향유 또는 향품을 뜻하는 대표적인 헬라어는 뮈론(μύρον, myron)이다. 일반적인 감람유를 가리키는 엘라이온(ἔλαιον)과 달리, 뮈론은 주로 몸에 바르거나 특별한 존경을 표현하는 데 사용된 향기로운 기름이나 향품을 가리키며, 값비싼 향유를 뜻하는 경우도 많다. 누가복음에서는 일반적인 기름인 엘라이온과 향유인 뮈론이 한 구절 안에서 구별되어 나타난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에게 일반 기름을 붓지 않은 시몬과 달리, 한 여인이 자신의 발에 향유를 부은 일을 말씀하셨다(누가복음 7:37-38, 46). 뮈론은 특히 예수님의 머리나 발에 부어진 값비싼 향유를 가리킬 때 사용된다. 베다니에서 한 여인이 예수님의 머리에 매우 귀한 향유를 부었으며(마태복음 26:6-9; 마가복음 14:3-5), 마리아는 값비싼 순전한 나드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붓고 머리털로 닦았다(요한복음 12:3-5).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향유 부음을 자신의 장례를 미리 준비하는 행위로 해석하셨다(마태복음 26:12; 마가복음 14:8; 요한복음 12:7). 실제로 예수님의 장례와 관련해서도 여인들이 시신에 바르기 위한 향품을 준비한 기록이 나타난다(마가복음 16:1; 누가복음 23:56; 24:1). 다만 이 구절들에서 사용된 ‘향품’이 모두 뮈론이라는 동일한 헬라어로 표현된 것은 아니므로 구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엘라이온이 주로 생활에 사용하는 일반적인 감람유를 가리킨다면, 뮈론은 몸에 바르거나 특별한 존경을 표현하고 장례를 준비하는 맥락에서 사용되는 향기로운 향유나 향품을 가리킨다. 다만 뮈론을 반드시 감람유에 향료를 섞어 만든 물질로 한정하기보다는, 향기로운 기름 또는 향품을 포괄하는 말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3. 몸이나 병자에게 기름을 바름 신약에서 몸이나 머리에 실제로 기름을 바르는 행위는 주로 헬라어 알레이포(ἀλείφω, aleiphō)로 표현된다. 이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몸을 단장하거나 손님을 환대하고, 장례를 준비하거나 병자를 돌보기 위해 기름이나 향유를 바르는 행위를 가리킨다. 예수님께서는 금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으라고 말씀하셨으며(마태복음 6:17), 한 여인은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바름으로 존경과 사랑을 나타냈다(누가복음 7:38, 46). 또한 여인들은 예수님의 시신에 향품을 바르기 위해 향품을 준비하였다(마가복음 16:1). 예수님의 제자들은 병자들에게 기름을 발라 고쳤고(마가복음 6:13), 야고보서는 병든 사람이 교회의 장로들을 청하여 주의 이름으로 기름을 바르며 기도받도록 권면한다(야고보서 5:14). 알레이포는 이처럼 실제로 몸에 기름을 바르는 행위를 뜻하며, 하나님께서 사람을 특별한 직분과 사명에 세우시는 기름부음을 뜻하는 크리오(χρίω, chriō)와 구별된다. 야고보서 5장 14절에서 기름을 바르는 행위가 당시의 치료 방법인지, 하나님의 치유를 구하는 상징적 행위인지, 교회가 행한 신앙적 예식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다. 따라서 이를 단순한 의학적 치료로만 보거나, 반대로 기름 자체에 초자연적인 능력이 있다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본문의 중심은 장로들이 주의 이름으로 병자에게 기름을 바르고 기도한다는 것이며, 병자를 일으키시는 분은 기름 자체가 아니라 주님이시다(야고보서 5:14-15). 4. 그리스도 크리스토스(Χριστός, Christos)는 ‘기름부음 받은 자’를 뜻하며, 히브리어 마시아흐(מָשִׁיחַ, māšîaḥ)에 대응하는 헬라어이다. 여기에서 우리말 ‘그리스도’라는 명칭이 나왔다. 신약에서 ‘기름을 붓다’를 뜻하는 크리오(χρίω, chriō)는 특히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메시아로 세우시고 특별한 구원 사명을 맡기셨음을 나타낸다. 예수님의 기름부음은 물질적인 기름을 붓는 의식 자체보다, 하나님께서 예수님께 성령과 능력을 주어 메시아의 사명을 수행하게 하셨음을 뜻한다(누가복음 4:18; 사도행전 4:27; 10:38).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에서 그리스도는 성(姓)이나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예수님이 하나님께서 세우신 메시아, 곧 기름부음 받은 자이심을 나타내는 칭호이다. 신약은 예수님을 구약에서 약속되고 기다려 온 메시아로 증언한다(마태복음 16:16; 요한복음 1:41; 4:25-26; 20:31). 성경 전체의 흐름에서 예수님은 하나님의 구원 사명을 완성하시는 궁극적인 기름부음 받은 자로 나타난다. 5. 성도에게 주어진 기름부음 신약에서는 예수님뿐 아니라 성도들도 하나님께 기름부음을 받은 자로 표현된다. 고린도후서 1장 21절에서 하나님께서 성도들에게 ‘기름을 부으셨다’고 할 때에도 크리오(χρίω)가 사용되며, 이는 성도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께 속한 자로 세움을 받았음을 나타낸다(고린도후서 1:21). 요한일서 2장 20절과 27절에서는 ‘기름부음’을 뜻하는 명사 크리스마(χρῖσμα, chrisma)가 사용된다. 이 기름부음은 성도 안에 거하며 그들이 복음의 진리를 알고 거짓 가르침을 분별하도록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요한일서 2:20, 27). 이러한 기름부음은 일반적으로 성령께서 성도 안에서 행하시는 역사와 관련하여 이해된다. 결론 요약 성경에서 기름은 실제적으로 감람유·향유·짐승의 지방을 가리키며, 비유적으로는 풍요·기쁨·치유·환대·최상의 것을 나타낸다. 또한 성경적 문맥에서는 하나님께 속한 것으로의 구별, 직분과 사명의 위임, 성령의 능력과 역사, 그리고 궁극적인 기름부음 받은 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중요한 표현으로 사용된다.

🔗 관련 성경 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