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식
의미 및 설명
성경에서 ‘표식’은 어떤 사람이나 물건을 알아보고 구별하게 하는 표시를 뜻한다. 성경에서 표식은 단순한 식별 수단을 넘어, 하나님께서 누군가를 보호하시거나 언약 관계를 확인하시는 표지로, 또 사람이 누구에게 속하였는지를 드러내는 표지로 쓰인다. ‘표식’이라는 낱말은 개역개정에 나오지 않으며, 같은 개념이 ‘표’, ‘표징’, ‘표적’, ‘증거’, ‘인’ 등으로 옮겨져 있다.
구약에서 이 개념을 대표하는 히브리어는 אוֹת(ʾôt, 오트)로, ‘표’, ‘표징’, ‘증거’를 뜻한다. 하나님은 가인에게 “표를 주사” 그를 만나는 사람에게 죽임을 면하게 하셨고(창세기 4:15), 노아에게는 무지개를 “언약의 증거”로 주셨으며(창세기 9:13), 아브라함에게는 할례를 “언약의 표징”으로 주셨다(창세기 17:11). 세 구절의 ‘표’, ‘증거’, ‘표징’은 모두 같은 אוֹת이다.
유월절 밤 문설주의 피도 “너희를 위하여 표적이 될지라”는 말씀대로 이스라엘을 재앙에서 구별하는 표가 되었다(출애굽기 12:13). 에스겔의 환상에서는 예루살렘의 가증한 일로 “탄식하며 우는 자의 이마에 표를 그리라”는 명령이 내려지고, 표 있는 자는 심판에서 보호받는다(에스겔 9:4, 6). 여기서 ‘표’로 옮겨진 תָּו(tāw, 타브)는 히브리어 알파벳 마지막 글자의 이름이기도 하며, 옛 글자꼴은 X나 +와 비슷하였다.
신약에서는 헬라어 σφραγίζω(sphragizō, 스프라기조)가 ‘인치다’, χάραγμα(charagma, 카라그마)가 ‘새긴 표’를 뜻하며 이 개념을 이어 간다. 바울은 믿는 자들이 “약속의 성령으로 인치심을 받았으니”라고 하여(에베소서 1:13), 성령을 하나님께 속한 자임을 확증하는 인으로 설명한다. 또 자기 몸에 “예수의 흔적”을 지녔다고 말하는데(갈라디아서 6:17), 여기의 στίγμα(stigma, 스티그마)는 종에게 찍던 낙인 같은 표를 가리키는 말로, 복음을 위해 받은 고난의 상처를 예수께 속한 표로 여긴 것이다.
요한계시록은 하나님의 종들의 “이마에 인치기까지” 땅을 해하지 말라고 하는데(요한계시록 7:3), 이는 에스겔 9장의 이마의 표를 떠올리게 한다. 반대로 짐승은 사람들에게 오른손이나 이마에 “표를 받게” 한다(요한계시록 13:16). 이 표를 문자 그대로의 표시로 보는 견해와, 짐승에게 바치는 충성과 삶의 방식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어느 쪽이든 요한계시록은 사람이 하나님께 속하느냐 짐승에게 속하느냐를 표로 대비한다.
따라서 성경에서 ‘표식’은 하나님께 속한 자를 구별하고 보호하는 표지를 가리킨다. 구약에서는 가인의 표, 무지개와 할례, 유월절의 피, 이마의 표로 나타나고, 신약에서는 성령의 인치심과 예수의 흔적, 그리고 하나님의 인과 짐승의 표의 대비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