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결법
의미 및 설명
성경에서 ‘정결법’은 사람과 짐승, 음식, 몸의 상태를 ‘정한 것’과 ‘부정한 것’으로 구별하고, 부정해졌을 때 다시 정결하게 되는 길을 정한 율법 규정을 가리킨다. ‘정결법’은 성경에 그대로 나오는 말이라기보다 레위기 11-15장과 민수기 19장 등의 규례를 묶어 부르는 이름이다. 이 규정은 위생이나 도덕 규범이라기보다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는 상태인지를 다루는 제의적 구별이다.
구약에서 ‘정하다’는 주로 히브리어 טָהוֹר(ṭāhôr, 타호르), ‘부정하다’는 טָמֵא(ṭāmēʾ, 타메)로 표현된다. 하나님은 제사장 아론에게 “거룩하고 속된 것을 분별하며 부정하고 정한 것을 분별하고”라고 명하셨고(레위기 10:10), 레위기 11장은 짐승과 새와 물과 땅의 생물에 관한 규례를 “부정하고 정한 것과 먹을 생물과 먹지 못할 생물을 분별한 것”으로 요약한다(레위기 11:46-47).
정결법은 먹을 수 있는 짐승과 먹지 못할 짐승(레위기 11장, 신명기 14:3), 출산(레위기 12장), 악성 피부병(레위기 13-14장), 몸의 유출(레위기 15장), 시체 접촉(민수기 19:11) 등을 다룬다. 여기서 부정은 대개 죄 자체가 아니라 출산이나 장례처럼 일상에서 생기는 상태였고, 정해진 기간이 지나거나 몸을 씻거나 제물을 드리면 회복되었다. 규정의 목적은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라는 말씀에 드러나며(레위기 11:45), 백성이 부정한 채로 하나님의 성막을 더럽혀 죽지 않게 하는 데 있었다(레위기 15:31).
신약에서는 헬라어 καθαρός(katharos, 카타로스, 깨끗한)와 ἀκάθαρτος(akathartos, 아카타르토스, 깨끗하지 않은), κοινός(koinos, 코이노스, 속된)가 이 구별을 나타낸다. 베드로가 환상 중에 “속되고 깨끗하지 아니한 것을 내가 결코 먹지 아니하였나이다”라고 말한 구절에 κοινός와 ἀκάθαρτος가 함께 나온다(사도행전 10:14).
예수께서는 밖에서 사람에게로 들어가는 것은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한다고 가르치셨으며(마가복음 7:15-16, 7:20-21), 마가복음은 이를 두고 “모든 음식물을 깨끗하다 하시니라”라고 밝힌다(마가복음 7:19). 베드로가 들은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는 음성은 이방인 고넬료에게 복음이 전해지는 사건으로 이어지고(사도행전 10:15), 바울도 “만물이 다 깨끗하되”라고 쓴다(로마서 14:20). 히브리서는 암송아지의 재가 육체를 정결하게 하였다면 그리스도의 피는 양심을 죽은 행실에서 깨끗하게 한다고 대비한다(히브리서 9:13-14).
따라서 성경에서 ‘정결법’은 거룩하신 하나님과 함께 사는 백성이 정한 것과 부정한 것을 구별하도록 주신 율법 규정이다. 구약에서는 음식과 몸과 시체 접촉 등을 통해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질서를 가르쳤고, 신약에서는 그 구별이 그리스도 안에서 음식의 문제를 넘어 마음과 양심의 정결로 옮겨지고 이방인에게도 길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