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리

📖 의미 및 설명

‘섭리’는 성경에 직접 나오는 단어라기보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를 보존하시고 다스리시며 모든 일을 자신의 뜻과 목적에 따라 이끌어 가시는 일을 설명하기 위해 쓰는 신학 용어이다. 라틴어 providentia(앞서 내다보고 마련함)에 해당하는 말로, 우연처럼 보이는 일과 사람의 악한 의도까지도 하나님의 뜻 안에서 다스려진다는 성경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구약에 ‘섭리’에 해당하는 단어는 따로 없다. 다만 아브라함이 이삭에게 “번제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자기를 위하여 친히 준비하시리라”고 말할 때(창세기 22:8)의 ‘준비하다’는 히브리어 רָאָה(rāʾāh, 라아), 곧 ‘보다’이며, 라틴어 성경은 이 말을 ‘하나님이 마련하시리라(Deus providebit)’로 옮겼다. 아브라함은 그곳을 ‘여호와 이레’라고 불렀고(창세기 22:14), 이 본문은 섭리를 말할 때 자주 언급된다. 요셉은 자신을 판 형들에게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많은 백성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셨다고 말했다(창세기 50:20). 잠언은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고 하고(잠언 16:9), “제비는 사람이 뽑으나 모든 일을 작정하기는 여호와께 있느니라”고 말한다(잠언 16:33). 시편은 하나님께서 그 왕권으로 만유를 다스리신다고 고백한다(시편 103:19). 하나님의 이름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 에스더서도 “네가 왕후의 자리를 얻은 것이 이 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알겠느냐”는 말로 숨은 손길을 암시한다(에스더 4:14). 신약에서 ‘섭리’에 해당하는 헬라어 πρόνοια(pronoia, 프로노이아)는 두 번 나오는데, 더둘로가 벨릭스의 ‘선견’을 칭송하는 말(사도행전 24:3)과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는 권면(로마서 13:14)에서 모두 사람의 생각과 계획을 가리킨다. 섭리의 가르침은 이 단어보다 하나님의 돌보심을 말하는 본문들에서 드러난다. 예수께서는 하늘 아버지께서 공중의 새를 기르신다고 하시고(마태복음 6:26), “너희 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아니하시면 그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리라 너희에게는 머리털까지 다 세신 바 되었나니”라고 말씀하셨다(마태복음 10:29-30). 바울은 “우리가 그를 힘입어 살며 기동하며 존재하느니라”고 하며(사도행전 17:28),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고 말한다(로마서 8:28). 그리스도는 그의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붙드신다(히브리서 1:3). 섭리와 사람의 자유와 책임, 악과 고난의 관계에 대해서는 신학 전통마다 설명이 다르지만, 성경은 하나님의 다스리심과 사람의 책임을 함께 말한다. 따라서 ‘섭리’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를 붙드시고 모든 일을 자신의 선한 뜻대로 이끌어 가시는 일을 가리킨다. 구약에서는 사람의 계획과 악까지도 넘어서는 여호와의 인도가 강조되고, 신약에서는 참새 한 마리까지 돌보시는 아버지의 손길과 만물을 붙드시는 그리스도의 다스림이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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