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
의미 및 설명
성경에서 ‘종’은 다른 사람에게 속하여 그를 섬기는 사람을 뜻한다. 고대 사회의 실제 신분을 가리키는 말이면서, 하나님께 속하여 그분을 섬기는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신앙적 표현으로도 널리 쓰인다.
구약에서 ‘종’은 주로 히브리어 עֶבֶד(ʿebed, 에베드)로 표현되며, ‘일하다, 섬기다’를 뜻하는 동사 עָבַד(ʿābad, 아바드)에서 나온 말이다. 집안의 종(창세기 24:2)에서 왕의 신하,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쓰인다.
율법은 히브리 종이 여섯 해 동안 섬긴 뒤 일곱째 해에는 자유인이 되게 했다(출애굽기 21:2). 그 근거는 이스라엘이 애굽 땅에서 종이었다가 하나님께 속량받았다는 기억이다(신명기 15:15). 하나님은 이스라엘 자손을 “내가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내 종들”이라 부르시며 그들을 종으로 팔지 못하게 하셨다(레위기 25:42, 25:55). 하나님의 종이 된다는 것은 다른 주인의 압제에서 벗어나 하나님께 속한다는 뜻이었다.
‘여호와의 종’은 하나님께 특별한 사명을 받은 사람에게 붙는 영예로운 칭호이기도 했다. 모세(신명기 34:5)와 다윗(사무엘하 7:5)이 그렇게 불렸다. 이사야서는 이방에 정의를 베풀고 많은 사람의 죄악을 친히 담당할 ‘나의 종’을 예언하는데(이사야 42:1, 52:13, 53:11), 신약은 이 예언을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성취된 것으로 읽는다(마태복음 12:18).
신약에서 ‘종’은 주로 헬라어 δοῦλος(doulos, 둘로스)로 표현되며, 주인에게 매인 노예나 종을 뜻한다. 섬기는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διάκονος(diakonos, 디아코노스)와 구별되는데, 예수께서는 두 말을 나란히 쓰셔서 크고자 하는 자는 “섬기는 자”가 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고 가르치셨다(마가복음 10:43-44). 그리고 자신도 섬기러 왔다고 하시며 친히 그 본을 보이셨다(마가복음 10:45).
바울은 그리스도께서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다고 고백하고(빌립보서 2:7),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라 소개한다(로마서 1:1). 사람은 죄의 종이든 순종의 종이든 누군가의 종이며(로마서 6:16), 그리스도인은 죄로부터 해방되어 하나님께 종이 된 사람이다(로마서 6:22). 그러면서도 신약은 믿는 이들이 이제는 종이 아니라 아들이며 상속자라고 말하고(갈라디아서 4:7), 예수께서도 제자들을 종이 아니라 친구라 부르셨다(요한복음 15:15). 하나님의 종이 된다는 것은 두려움에 매인 노예의 자리가 아니라 사랑 안에서 기꺼이 섬기는 자녀의 자리이다.
따라서 성경에서 ‘종’은 주인에게 속하여 섬기는 사람을 가리키며, 신앙적으로는 하나님께 속한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구약에서는 애굽의 종살이에서 건짐을 받아 하나님의 종이 된 이스라엘과 사명을 받은 ‘여호와의 종’이 강조되고, 신약에서는 종의 형체를 입고 섬기신 그리스도를 따라 성도가 하나님과 이웃을 섬기는 삶이 드러난다.